최석문(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내게 멀리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가리키면서 그곳에 희미하게 그어진 선의 아름다움에 관해 종종 이야기했다. 그 까만 실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등반가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보면 저 선은 정말 아름다운데, 그 안에 혹독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살짝 들여다보여요. 참 이상하죠?” 최석문씨는 이상하다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한참 동안 서서 바위를 바라봤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매혹된 게 분명했다. 그는 또 덧붙였다.“저 선의 역할은 바위를 장식하는 용도 그 이상일 거예요. 애초에 우리 같은 등반가들을 위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등반 교육 전문기관으로 문을 연 익스트림라이더Extreme Rider 등산학교가 50기를 배출했다. 1997년 개교 후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기서 잠깐, 익스트림라이더는 어떤 곳인가? 인터넷 카페에 소개된 글을 그대로 옮긴다. 가장 크게 쓰인 문구는 이렇다. “ER인은 가슴 벅찬 등반을 추구합니다.” 다음은 변기태 교장의 소개 글이다. “특정구간을 돌파하기 위해 1주일 이상의 등반은 기본이고, 그만큼 많은 물과 식량, 장비를 써야 하므로 AID인공 등반이 불가피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익스트림
민평식(락엔樂클라이밍/양산등산학교 대표강사)씨는 황매산의 억새군락지와 광활한 철쭉밭이 장관을 이루는 사이로 저 멀리 정상 부근 옆 바위를 2016년부터 눈여겨봤다. 3년이 지난 2019년에야 바위에 대한 정밀탐사에 들어갔고 2021년 10월부터 개척 작업을 시작했다. 개척에 앞서 민평식씨는 마음 맞는 대원들을 모았다. 이금석(동래클라이밍센타), 심지영(동래클라이밍센타), 차서윤(락엔樂클라이밍/양산등산하교 11기)씨와 함께 바위에 매달리기를 수 차례, 동계시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비와 싸우며 약 6개월을 보냈다. 결국 16개의
비가 제법 내렸다.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비구름이 더 빨리 몰려온 것 같았다. 멀리서 등반 장비가 부딛칠 때 나는 쇳소리가 촉촉한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높이 12m, 110도 기울기를 가진 작은 암장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많은 이들이 바위 밑에서 등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장암 적벽은 중부경남클라이밍연합회와 경남적십자 산악봉사회가 2009년 개척했다.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에 몇 안 되는 암장이다. 인공등반 코스는 중부경남클라이밍연합회 회원인
일반 스키가 아닌, 산악스키대회가 열렸다. 지난 3월 6일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제1회 화이트 스페이스 스프린트 레이스 대회가 열렸다. 산악스키 단체인 화이트 스페이스와 휘닉스파크에서 주최했다.2026년 이탈리아 토리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프린트 레이스Sprint Race는 탄소중립시대에 걸맞게 리프트Lift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으로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스포츠다. 단순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알파인 종목과는 구분되는 종목이다.이날 국내 남녀 산악스키 동호인 90여 명이 참가해 각축전을 벌였다. 경기는
오늘은 날씨가 포근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매서운 영하의 날씨가 계속 이어졌다. 설악산 빙폭에 가려다가 계획을 바꿔 강원도 양구 용소빙벽장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날씨가 포근해서 설악산 소승폭은 얼음이 무너졌다고 한다. 빙벽은 계절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날씨가 매서울 때 빙벽은 그야말로 강력한 싸움꾼 같다. 아이스바일이 꽂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서 그 앞에 서면 몸이 쉽게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그 기세등등했던 청빙들은 비실비실 힘을 못 쓰고 얌전해진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스클라이머들은 단단한 빙벽을 좋아한
이번 겨울은 얼음이 조금 일찍 얼었다. 부쩍 짧아진 우리나라 겨울 시즌에 빙벽등반가들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이다. 오늘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래비빙벽장을 찾았다.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의 부부 클라이머 이명희ㆍ최석문 두 등반가를 입구에서 만났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올해는 사진 전시회 하셔야죠?” 매번 최석문씨는 필자에게 같은 인사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항상 얼버무리기로 답변을 건넨다. 그와 인연을 맺은 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많은 등반 취재를 했다. 많은 등반가들과 함께했지만, 개인적으로 최석문씨와 등반 촬영을 가면 어떤
신안군 암태도 박달산(199.8m)에 새 리지 코스가 생겼다. 경북 김천의 산꾼들이 바윗길을 개척한 것. (사)김천시산악구조대는 2018년 배를 타고 압해도 송공항에서 비금도로 가던 중 암태도의 힘 있는 바위능선에 매료되었다. 박달산을 염두에 두고 있던 이들은 2019년 봄 암태도와 육지를 잇는 천사대교가 생기자마자 박달산을 찾았다. 2019년 5월 구조대 훈련부장을 중심으로 대원들이 박달산 답사를 했고, 그해 가을 루트를 완성했다. 총 6피치로 난이도 5.10대이며 페이스와 크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각 피치는 10m 내외로 비교
블랙야크 스포츠클라이밍 팀이 창단했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본사 사옥에서 강태선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단식을 가졌다. 올해 도쿄올림픽 스포츠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이창현씨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국가대표 선수 이도현(한국체대)을 비롯해 중·고·대학생 선수 6명을 선수단으로 선발했다.2019년부터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단을 운영해 온 블랙야크는 정식으로 감독을 선임하고 체계적인 선수단을 꾸렸다. 이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문적인 훈련과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클라이밍 발전에 이바지할 계
큰덤바위는 부산 록파티산악회가 2006년부터 3년 동안 노력을 기울여 개척한 암장이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천락리 아미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남의 자유등반 중심 암장으로 만들고자 산악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척했다. 부산 록파티산악회는 1989년 금정산 나비암에서 10명의 회원이 모여 창립했다.큰덤바위는 1벽과 2벽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23개 코스가 있다. 5.9에서 5.12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3벽은 개척 준비 중이며, 5.13급 난이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큰덤바위 주변에는 큰덤바위
경남 함양의 오봉산(878m)은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대파한 곳이기도 한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산이다. 주민들은 멀리서 보면 능선의 흰 바위가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보인다고 하여 서리산이라 부른다. ‘태조 리지’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처럼 바윗길은 오봉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2007년 대구등산학교 총동창회 기술등반위원회에서 처음 바윗길을 열었다. 최초 개척을 주도한 이선계씨를 중심으로 명품 리지가 탄생했다.이른 아침 가재골산장 앞 비포장 주차장에서 김규철씨(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장)와 최종화씨(진주 스카이클라이
부산 산악인의 알피니즘은 금정산에서 활활 타올랐다. 완만한 능선에 여기저기 우뚝 솟은 바위들은 광활한 흰 산에 대한 꿈을 키워 냈다. 금정산에는 부채바위를 비롯해 무명암, 대륙암, 은벽, 나비암, 준행암 등 여러 암장이 개척되었다. 부산 산악인들은 이곳에서 등반 기량을 키워 왔다. 끈끈한 자일의 정은 아직도 이곳 금정산에 튼튼하게 이어져 있다. 크랙 등반은 1980년대 부채바위에서 활활 타올랐다.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에서 손등에 피가 흐르도록 훈련에 매진했고, 한 잔의 술에 악우애岳友愛를 다졌다. 한마디로 금정산은 부산 산악인들의
여름철 폭염 직전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장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로 변해서 기습 폭우가 많이 발생한다. 올해는 좀 늦다고 생각했는데 30여 년 만에 늦은 장마라고 한다. 그렇다. 등반에 나선 오늘도 장마의 영향권 아래 있다. 구름은 입 안에 물을 가득 머금은 아이의 볼마냥 장난스럽다. 곧 토할 것 같아 보인다. 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의 센터장인 김규철씨를 비롯 센터 회원인 최종화씨와 안소영씨가 동행했다. 여름 더위를 식혀 줄 계곡등반을 위해 경남 산청군 산청읍의 웅석봉 골짜기인 곰골로 향한다.진주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리니
경남 함안 전투산 상데미암을 찾았다. 청람길은 창원 청람산악회의 이름을 붙였고, 동진길은 2008년 히말라야 K2 등정을 마치고 하산 중 고인이 된 황동진 등반대장을 기리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창원 청람산악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상데미암에서 개척작업을 하여 청람길과 동진길을 만들었다. 상데미암 5개의 암봉을 오르내리는 리지 코스이며, 청람길과 동진길은 다른 길이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듯 평행하게 등반라인이 이어진다.청람길과 동진길은 총 10피치로 되어 있다. 1~3피치가 1봉에 몰려 있으며, 2봉의 4피치 등반 후 15m
어린 담쟁이 -양말장사(이덕용)어린 담쟁이는직벽을 바라보며 엄숙해진다저 벽을 어떻게 오를까저 높은 벽을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줄기 끝을 위로 뻗어본다발끝 불끈 힘 모아 올려본다그냥 매달려서는 안 된다온 신경을 집중하고 몸 균형을 잡아줘야 된다어린 담쟁인 쫄지 않는다쫄아서는 오를 수 없다 담쟁이 이파리는줄기 뻗어 물을 빨아들불처럼 잎사귀를 늘린다다닥다닥 붙은 수북한 이파리햇빛 받아 화려한 갑옷 입다불어오는 바람 고명 삼아빛나는 윤슬 담아 찰랑거린다담쟁이 이파리는 그렇게 잎 달고 직벽을 오른다쫄지 않고 그렇게 오른다기합 소리가 울려 퍼
그대가 이 길을 묻는다면그대여 가슴속에 요동치는 떨림이 있거든 가 보렴어둠이 걷히지 않은 여명 속에서바위를 오르는 즐거움이 있으니크랙 깊은 곳에 발을 찌르고들이킨 숨이 멈출 때쯤 손끝에 닿는홀드를 찾아 다시 가라 하면…그대여 두려움 떨치고한 줄기 바위틈 클라이밍 세상을 소리 없이 딛고 살며시 일어나“완료”하고 소리칠 때!그대가 이 길을 묻는다면 참으로 행복하다고경남 양산등산학교 대표강사 민평식씨를 비롯한 락엔樂클라이밍 회원들이 황매산에 리지 코스를 개척했다. 리지명은 ‘그대가 이 길을 묻는다면’이며, 민평식 강사가 개척 후 등반하면
전북 고창 선운산 속살바위와 투구바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대상지다. 최고의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들이 즐비하다. 특히 ‘새내기(5.11b)’는 암벽등반에 입문하면 누구나 한 번 쯤 등반을 경험해 봤거나, 완등을 목표로 두고 실내암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기도 한다. 새내기는 등반계에서 공인된 루트에 가깝다. ‘새내기’를 완등해야 ‘이제 등반에 입문했구나’하는 인정을 받는다. 새내기를 완등하지 못한 등반가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속으로 루트를 그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완등을 이루게 되면, 밑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던 이들은 박수갈
며칠 전까지도 한파가 매서웠다. 클라이머들에게 추위의 척도가 되는 설악산 대승폭포도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인류를 뒤흔드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서운 현실로 코앞에까지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겨울 아웃도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빙벽등반을 가면서 왜 이런 무거운 과제를 생각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빙벽등반은 절대적으로 날씨에 의존하는 종목이다. 아무리 빙벽등반을 하고 싶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얼음이 얼고, 등반가는 빙벽등반을 할 수 있다. 서두에 했던 이야
빙벽등반의 계절이다. 원주에 동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인공빙벽장인 판대아이스파크가 있다. 높이 100m, 폭이 무려 200m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빙벽등반 대상지다. 2001년 기틀을 마련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많은 등반가들이 여기서 실력을 갈고 닦았으며, 공식적인 아이스클라이밍대회도 숱하게 치렀고 전국의 여러 등산학교 빙벽 교육에도 큰 역할을 했다.그런데 판대아이스파크 근처의 산현바위에 얼음을 얼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 왔다. 네비게이션에 ‘산현교’를 찍고 왔더니 제법 웅장한 빙벽이 위용을 드러낸다.
해벽등반은 여름보다 가을이 안성맞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 다채로운 색감의 벽이 잘 어우러졌다. 부산 송도 암남공원 해벽을 찾았다. 이곳 암장은 1998년 12월 개척을 시작해 1999년 6월에 마무리했다.당시 개척의 주역은 김철규, 이춘우, 한국벽우회, 한국산악회 부산 개인택시 산악연합회가 합동으로 7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고래암, 상어암, 거북암 세 곳의 암장에 32개의 루트를 개척했다. 암남공원의 기암절벽과 송도 앞바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속 시원한 등반지다.해벽 개척 당시